극단적인 회피형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
누군가의 진심이 누군가한테는 그저 요깃거리일수도 있다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아닌가 애니도 신데렐라 꿈꿨으니까 그저 욕망과 욕망이 불타올랐다가 재가 되버린걸수도...
사실 애니가 겪은 일은 그녀의 직업이 스트리퍼이든 뭐든 겪어서는 안 될 일이었고, 그 일을 자초한 사람은 미안한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있던 우리조차도, 그녀의 충동적 결혼이 그의 재력이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기에 “당해도 싸다”며 치부해버리기 쉽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날에도 인간의 급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 안타까워지는 영화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노라가 무너지는 모습에 참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노동자는 모두 출근해 일을 한다. 그러는 우리를 누구는 경멸하고 누군가는 위로해주는데, 경멸에는 독기있게 맞서지만 위로에는 무너져내리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사회적 소외계층과 하층민, 미국 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집중해서 쉽게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시선으로 영상미있게 담아내는 션 베이커 감독의 작품들이 내 취향과 비슷한 것 같아서 좋다.
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혹평들이 많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감 있게 본 영화였다. 특히 여주 연기 정말 미쳤음 ㅠㅠ 괜히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