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에서 친구를 팔로우하고 소식을 받아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해보세요
전체 공개 ・ 08.15

2025.08.14 (Thu)
기대가 사라지면 마음은 한없이 무관심해지고, 한때 그 기대였던 것들은 서서히 소멸을 향해 간다. 나의 우상이자, 나의 아버지. 진자를 꺼내던 순간부터 시작된 아버지와의 기억들은 어린 에스트레야의 시선 속에 담겼다. 그 순수함(혹은 무지함)은 오히려 어거스틴에게 더 많은 생각과 그림자를 드리웠다. 에스트레야의 ‘남쪽’은 수많은 기대와 상상으로 쌓여 있었지만, 결국 마주한 순간에는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아마도 에스트레야가 성장하면서 그 환상은 사라졌을 것이다.) 에리세의 연출은 시간이 아주 서서히 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그 안에 애틋함과 후회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특히 마지막, 북쪽의 익숙한 장소들이 연속적으로 스쳐 지나갈 때 그 감정은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에리세의 빛에 대한 감각을 예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모든 장면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들의 연속인 것만 같다.